그 날 우리는
2022년 4월 21일, 우리는
밋썸데이
2022. 4. 21. 10:24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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형선
진아는 감정이 상해도 이유를 절대 말해주지 않는다.
위로하고자 마음먹은 크기와 상관없이, 상대방이 말을 안 하니 나로선 감정을 헤아려줄 길이 없다.
오늘은 한참을 물어보고 기다리길 반복하다 답답한 마음에 왜 말을 해주지 않냐고, 위로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거냐고 따졌다.
침묵 끝에 돌아온 건 얼마나 내 마음이 아픈지에 대한 관심보다 답답함을 해결하려는 욕심이 더 큰 것 같다는 말이었다.
답답하고 짜증이 난 상태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꼬집자 괜히 반발심이 들었다.
'입장 바꿔 생각해보라지, 얼마나 답답한지 알아?'
'내가 지금 얼마나 참고 있는지 모르나?'
머릿속에서는 분노의 비명이 가득했다.
그러나 그 찰나 스치듯 떠오른 생각은, '내가 왜 나를 정당화하고 싶어 하지?'였다.
그리고 그 스파크는 틈을 놓치지 않고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.
'정당화해서 내가 얻는 게 무엇이지?'
'그리고 반발심이 드는 것은 오히려 그 말이 맞다는 방증 아닐까?'
'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최선의 행동은 무엇이지?'
거기까지 생각을 하고, 손을 붙잡고 바로 사과했다.
"마음을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. 많이 힘들 텐데 재촉하는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상했겠다."
끝내 이유를 듣는 데는 실패했지만, 그래도 기분은 훨씬 더 나아 보였다.
나를 정당화하고, 이해시켰을 때 드는 후련함이 지금의 내가 느끼는 효능감에 비할 바가 못된다.
사실, 나는 아직도 마음속 깊이 인정하지 않고 있다.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게 되었다.
내가 감사하게 여기는 3가지
- 글쓰기와 꾸준함과 실행력 그리고 상상력만 있다면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. 지금 시대의 가장 중요한 능력이 아닐까 싶다. 나의 강점으로 이 4가지 능력을 슬롯에 추가로 끼워 넣고 계속 갈고닦고 싶다. 첫 번째 강점 슬롯에 들어가 있는 능력이 자기 계발이라서 다행이다.
- 각각의 능력에 대한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먼저 가장 부족해 보이는 실행력에 대해 찾아보았는데, 일을 미루지 않는 법, 잘게 쪼개서 목표 설정하는 법 등에 대한 자료가 많이 있었다. 주로 '인지적 짐을 줄이자'는 느낌이다. 나에게 맞는 실행력을 끌어올리는 법을 더 연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- Kafka에 대해 정리된 영상이 있었는데 굉장히 쉽게 이해가 되었다. 영상 올려주신 분께 감사하다.
오늘 있었던 굉장한 일 3가지
- 감정을 알아준다는 것은 상대방의 상태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.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은 매우 정당하고, 드는 생각은 틀린 구석이 없다. 그 깊은 이해가 기저에 깔리지 않으면 그저 가식이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다.
- 하이퍼 클로바 설명회를 들었다. 그러고 나서 네이버 인사팀에서 밥을 사주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(?). 자기소개만 했을 뿐인데, 개발자가 귀하긴 한가 보다.
- 나를 정말 힘들게 했던 사람이 내게 링크드인 1촌 신청을 걸었다. 이 사람 프로필 사진만 봐도 PTSD가 올 것 같다. 그러면서도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 쪽에서 연락하다 보면 극복할 수 있을까? 싶은 생각도 같이 든다. 나는 혹시 자아가 2개인가...?
진아
내가 감사하게 여기는 3가지
- 굉장히 긴 잠을 잤다. 보통 일찍 잠들면 새벽에 깨서 다시 잠들지 못하는데 오늘은 중간에 잠깐 깼지만 바로 다시 잠들어서 행복했다.
- 어느 상황에나 다 잘 어울리는 노래를 찾았다. 집중할 때, 쉴 때, 책 읽을 때, 잠에 들 때 다 잘 어울린다. 폴킴의 「모든 날 모든 순간」
- 세상에 재밌는 일들이 참 많다.
오늘 있었던 굉장한 일 3가지
- 오랜만에 친구들과 통화했다. 다들 바쁘게 잘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.
-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던 일에서 문제가 생겼다. 생각보다 빨리 알아챌 수 있어서 다행이었지만, 나 때문에 일정이 밀렸다는 것에 여러 사람들에게 죄송했다.